오프닝 _ 2010년 3월 17일(수) 오후 5시 아람미술관
관람시간 _ 화, 수, 목, 일 10:00~18:00 / 금, 토 10:00~20:00 / 월요일 휴관
입장료 _ 일반 3,000원, 19세 미만 2,000원, 20인 이상단체 1,000원,
장애인, 국가 유공자 50% 할인, 65세 이상․ 만2세 이하 무료
참여작가 _ 홍원표, 곽민선, 김부연, 김지혜, 이단, 백승민, 류준화, 김희선,
정진용, 이유정, 김들내, 송준호, 장우석
주최 _ 재)고양문화재단
후원 _ 고양시


아람미술관 2010 봄 특별전 《왕릉의 전설》展 03.18(목)~06.13(일)

“무덤 속 조선왕조, 현대미술로 부활하다”


최근 사극에 현대극을 가미한 소위 퓨전사극이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리의 옛 역사에 현대적 의상과 말투를, 그리고 그들의 젊은 사고방식을 덧입혀 거리감을 없앤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 속 성공과 좌절을 다룬 현대판 사극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속해 있는 이 시대의 정치와 사회의 단면에 한 번쯤 진지한 관심을 가지게끔 하는 고무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이 봄 특별전으로 기획한 《왕릉의 전설》展은 시간 속에 묻힌 우리의 역사를 다시금 현재의 시점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토대로 가능한 미래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을 돕고자 의도하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작품들은 조선의 왕릉에 묻힌 왕족들의 한 맺힌 토로에 진실한 마음으로 귀 기울이는 젊은 작가들의 신작들로 채워져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한 세대를 뛰어넘어 역사와 나눈 대화 속에는 마치 지나간 세대의 죽음을 다시금 삶으로 바꾸어 놓는 듯한 생명력이 담겨 있다. 과거와 현재를 매개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현대미술작가들의 이러한 아이러니컬한 탄력성을 올 봄 《왕릉의 전설》展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에서 3. 18(목) ~ 6. 13(일)까지 개최된다. 전시의 연계프로그램으로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조선왕실문화와 전통제례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며, 또한 조선왕조에 대한 학술적인 강연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도 함께 마련한다. (문의 : 031-960-0180)

 

• 조선 왕릉의 세계적 가치에 주목

이번 《왕릉의 전설》展을 기획하게 된 주요한 동기는 지난 해 여름 조선왕릉 40기가 세계문화유산의 반열에 오르는 역사적 사건에 있다. 세계문화유산은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가 1972년 채택한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보존하고 후세에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석굴암ㆍ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1995년 등재), 창덕궁, 화성(1997년 등재),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ㆍ화순ㆍ강화 고인돌 유적(2000년 등재), 조선왕릉(2009년 등재)의 8건의 문화유산과 더불어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2007년 등재)의 2건의 자연유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보유한 상태이다. 이 중 조선 왕릉은 북한에 소재한 2기를 제외한 40기의 능으로 구성된 대규모의 세계유산군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지닌다.

조선왕릉 40기 중에 총 8기가 고양시에 소재한 서삼릉과 서오릉에 자리하고 있다.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이처럼 고양시가 지닌 문화역사적 강점에 근거해 조선 왕릉이라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이번 봄 특별기획전의 테마로 선정했다. 현대미술전시가 과거의 역사적 테마를 소재로 취한다는 이색적 인상 외에도, 세계적으로 그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관객에게 소개하려는 미술관의 시도로부터 이번 전시가 미칠 영향력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시의 주인공이 된 8인의 인물들은 연산군의 어머니 폐비 윤씨와 그녀를 사사시킨 인수대비(소혜왕후 한씨), 부모에게 지극한 효심을 보였으나 계모의 계략 속에 일찍이 생을 마감한 인종, 서구의 문물을 수용하려는 개혁적 사상을 지녔지만 아버지의 의심 속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소현세자, 비상한 책략으로 왕권을 강화시킨 숙종, 여성으로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며 궁녀에서 왕비가 된 숙종의 여인 희빈 장씨, 정조와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을 나눈 의빈 성씨, 세도정치의 폐해 속에서 허수아비 왕으로 살다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철종이다.

 


• 조선왕조사와 현대미술의 접목

순종황제를 마지막으로 1910년, 조선의 공식적 역사는 막을 내렸다. 그 뒤로 100년이 흐른 지금 현대미술의 중심에 선 이들이 흘러간 조선의 옛이야기에 관심을 두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우리의 지나간 역사에 잠재된 미래를 위한 가능성에 있다. 우리의 역사는 더 이상 소용가치가 없어 종언을 고해버려도 좋을 그러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우리에게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새로운 현재를 낳는 샘물이다.

이번 《왕릉의 전설》展을 기획한 아람미술관의 김언정 수석큐레이터는 이렇듯 ‘역사 속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테제를 바탕으로 “조선왕조의 존재들이 좇았던 권좌의 의미가 현재의 우리에게도 그 겉모습만을 달리한 채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목은 과거의 오점들과 개개의 사건들에 얽매여 조선왕조의 역사를 다만 비극 또는 희극으로 규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들이, 특히 미래의 문화를 앞서 이끌어나갈 역량을 지닌 현대미술인들이 조선왕조의 이야기를 이 시대의 시각으로 해석해 표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미래의 누군가에게도 이처럼 역사를 향한 또 다른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열려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우리의 조선왕조의 이야기는 단순히 희비극으로 일컬어져 그 무한한 의미를 상실한 채 과거에 묻힌 유물로서만 남을 수가 없는 것이다. 조선왕조의 이야기는 아직까지도 결말을 맺지 못한 열려진 상상의 전설로 남아 있다.